이주노동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주 정책의 한계와 대안 모색

fano 2025. 7. 12. 14:40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빠르게 산업화를 이룩하며,
그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길을 광범위하게 필요로 해왔습니다.
고령화와 내국인의 일부 산업 기피 현상이 겹치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단순한 보조 인력이 뿐만 아니라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와 고용을 관리하는 정부 정책은
여전히 단속과 처벌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24년 기준으로 약 40만 명을 넘어섰으며,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기적인 단속 강화 및 자진출국 유도 정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불법 체류율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단기적 효과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단속 중심의 접근은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고용주와 중개인의 편법을 조장하며,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단순히 '단속을 강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중심에 두는 지속 가능한 이주 정책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안모색

단속 중심 정책이 외국인 노동자를 제도 밖으로 몰아냅니다

정부는 매년 수차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과 합동 점검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부가 협업하여
불법 체류 의심 장소를 수색하고, 체포 후 강제 출국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은 노동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이들을 사라지게 만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미등록 노동자는 생계와 가족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단속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드는 결과만 초래하게 됩니다.

게다가 단속에 대한 불안감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비공식 고용’을 선택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고용주는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현금 지급 방식으로 임금을 지불하며,
노동자는 신분이 발각될까 두려워 산재 보상, 임금 체불 등 피해를 입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현실에 처하게 됩니다.

이처럼 단속 중심의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만들며,
오히려 관리의 실패와 사회적 취약계층의 확산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제와의 괴리, 그리고 법적 제도의 경직성

한국은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외국인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였지만,
이 제도는 여전히 고용주 중심의 경직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고, 체류 기간이 4년 10개월로 제한되며,
비자 연장 및 재입국 절차는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한 인력 자원으로 취급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도의 설계 자체가 노동자 보호보다는 고용 질서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제도 안에 있던 노동자조차, 고용관계 종료나 행정상의 사소한 오류로 인해
쉽게 제도 밖, 즉 미등록 상태로 전락하게 되는 구조적 허점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단속을 통해 미등록 노동자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속 이전에 제도 안에서 노동자가 머물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고용주의 위법 행위나 부당한 대우로 인해 이직이 필요한 경우,
노동자가 쉽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고,
특정 업종에 장기 종사한 이들에게는 숙련도에 따라 장기 체류나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부재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의 비효율성

단속 중심 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사회통합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주민은 단지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생활 공동체 일원으로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년간 한국에서 거주하고,
자녀를 키우며 지역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단속과 추방만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는 이주민에게도, 한국 사회 전체에도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닙니다.

게다가 단속에는 막대한 행정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며,
정작 단속의 실효성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노동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이고,
불법 중개업자나 중개인을 통해 착취 구조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단속은 ‘눈에 보이는 수’를 줄이는 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고용의 비공식화, 인권 침해, 범죄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결국 단속이 아니라 사회통합적 관점에서의 장기 정책 설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지속 가능한 대안: 합법 전환 제도와 지역 기반 통합 모델

단속 중심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합법 전환 프로그램(Regularizatio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춘 미등록 이주민에게
한시적 체류 자격을 부여하거나, 노동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정식 노동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농업·간병 등 특정 분야에서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화 기회를 제공한 바 있으며,
이러한 정책은 사회적 안정과 노동시장 보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습니다.

한국도 미등록 노동자 중 범죄 이력 없고 장기근속 경험이 있으며,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
합법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유연성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 단위에서 이주민 지원센터, 언어 교육, 고용 연계, 의료 접근성 보장 등
사회통합 기반을 구축한다면,
단속보다는 오히려 자발적 제도 참여와 등록 유도를 통한 관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단속 중심의 이주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정책 당국의 관리 성과를 부각할 수는 있지만,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공포와 고립을 안기고,
사회 전체에는 고용의 음지화와 갈등의 심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숫자를 줄이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제도 속에 담아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이주 정책은 단속보다 존중, 추방보다 통합,
억압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구조여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는 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노동 구조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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