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자진출국’ 유도 정책의 실효성과 허점

fano 2025. 7. 12. 12:04

한국 사회는 산업 전반에 걸쳐 외국인 노동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농축산업, 건설업, 어업 등 내국인 기피 업종에서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비자 기간의 만료, 고용관계의 종료, 행정적 실수 등 다양한 이유로 미등록 상태, 즉 불법 체류자로 전환되어 한국에 남아 일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일정한 기간을 정해 ‘자진출국 기간’을 운영하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게 자발적으로 출국하면 불이익 없이 재입국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진출국 유도 정책은 단속보다는 유화적인 방식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제도 밖에서 자연스럽게 정리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과연 현실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실제 자진출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에는 정책이 외면하고 있는 복잡한 현실과 제도적 허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자진출국 정책이
어떠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왜 많은 이들이 이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현장의 시선과 제도 분석을 통해 한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자진출국 정책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진출국 제도의 개념과 정부의 접근 방식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진출국 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 미등록 외국인이 자발적으로 출국하면,
향후 일정 기간 이후 재입국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거나,
기존의 입국 금지 조치를 유예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제도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 단속과 추방이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줄이고,
외국인 노동자의 심리적 저항을 낮춰 순조로운 인력 정리를 유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법무부는 자진출국 기간 동안 단속을 일시 중단하고,
출국 신고를 간소화하며, 체류 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미등록자에게는
향후 입국 금지 유예나 재입국 기회를 제공한다고 안내합니다.
외관상으로 보기엔 정부와 외국인 노동자 서로가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는 방안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진출국에 응하는 노동자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자진출국 이후에도 재입국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도는 명분상 ‘기회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요건과 불확실한 재입국 기준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한 번 나가면 끝’이라는 공포감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자진출국을 주저하는 현실적 이유들

자진출국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등록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 정책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남게 된 이유는 단순히 귀국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귀국이 곧 생계의 단절, 가족 부양의 실패, 혹은 신변의 위험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미등록 노동자는 본국에서 빚을 지고 입국하였으며,
한국에서 보내는 송금이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에게 출국은 단순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또한 정부가 약속하는 재입국 허용 역시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자진출국 후 재입국하려 했지만,
별도의 입국 심사 기준 강화나 행정적 장애로 인해
결국 재입국이 거부된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미등록 노동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자진출국을 결심하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불신의 고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노동자일수록,
한국 사회에 정착해 생계를 꾸리고, 인간관계를 맺고, 언어와 문화를 습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진출국은 단순한 귀국이 아닌, 정체성과 삶의 터전을 잃는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진출국 유도 정책의 구조적 허점과 정책적 한계

정부는 자진출국을 권고하며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 제도 안에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일관된 보장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자진출국 이후 재입국이 허용된다고 해도,
재입국 허용 범위는 ‘입국 금지 면제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문구로 되어 있으며,
실제 심사 기준은 비공개이거나 담당자 재량에 크게 의존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며,
미등록 노동자가 자진출국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더불어, 재입국까지 소요되는 시간, 비용, 행정 절차 역시
노동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자진출국 정책은 정책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실질적 지표조차 부재합니다.
정부는 매년 자진출국 인원을 발표하지만,
이들이 이후에 실제로 재입국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추적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자진출국 정책은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방향:복귀가 가능한 출국으로 전환

자진출국 정책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진’이라는 말만 강조하지 말고
그들이 정말로 떠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신뢰를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첫째, 자진출국자에 대한 명확한 재입국 기준과 공개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합니다.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언제 다시 들어올 수 있는지를
노동자 본인이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자진출국이라는 선택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둘째,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면서 범죄 이력이 없고,
성실하게 노동에 참여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자진출국 이후 특별 재입국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통제 중심의 정책을 넘어
‘포용과 책임’을 함께하는 사회적 신뢰 기반의 이주 정책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셋째, 자진출국 이후 재입국까지의 기간 동안 노동자가 본국에서
행정적으로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송출국 정부와의 협력 체계 강화와 현지 지원센터 설치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프라가 함께 마련되어야 자진출국은 진정한 기회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자진출국 유도 정책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강제 단속이 아닌 자율적 해결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실효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설계가 단지 행정적 편의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 조건과 인간적인 삶의 맥락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미등록 노동자가 자진출국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그 뒤에 놓인 삶의 무게와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선택을 유도하기 이전에,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제시해야 하고
복귀가 가능한 출국, 미래가 연결된 출발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정책만이
진정한 자진출국 유도 정책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