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제도적 정비를 거쳐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국가가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과 체류를 공식적으로 허가하고,
일정한 업종에서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 체계로,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불법 체류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시행 20년 된 오늘,
현실에서는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합법 노동자가
제도 종료 이후 미등록 상태로 전환되는 비율은
한국 사회가 이 제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한국의 고용허가제 미등록 전환율이
해외 주요국의 고용제도와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과 차이를 갖는지를 분석하고,
그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과 정책적 시사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단순한 통계 비교를 넘어서,
제도 설계와 운영의 철학이 미등록 전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의 미등록 전환율
한국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종료 후에도 계속 한국에 체류하며 일하는 미등록 노동자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전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수는 약 40만 명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과거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가,
비자 기간 만료 또는 사업장 변경 실패 등으로 미등록 상태로 전환된 사례로 추정됩니다.
이는 고용허가제가 애초에 의도했던
'불법 체류 예방'이라는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 주요 원인은 지나치게 경직된 제도 설계입니다.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제한적이고, 체류 기간은 최대 4년 10개월로 제한되며,
귀국 이후 재입국 또한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고용주와의 갈등,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으로 인해
노동자가 자의든 타의든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면 곧바로 미등록 상태로 전환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외국인 노동자가 제도 안에서 머물기보다는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은 고용허가제 운영국 중 상대적으로 높은 미등록 전환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 이주 노동자 정책: 숙련 이주 정책과 장기 체류의 제도화
유럽 국가 중 대표적으로 이주노동 정책의 정합성과 지속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국가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블루카드 제도(Blue Card)’를 비롯하여
숙련 이주자 중심의 고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 체류 및 가족 동반,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의 정착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이들이 불법 체류 상태로 전락할 유인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의 외국인 노동자 중 미등록 상태로 전환되는 비율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이며,
이는 제도의 유연성과 이주민을 ‘함께 살아갈 시민’으로 보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가 노동자를 '한시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독일은 그들을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결국 미등록 전환율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만과 일본 이주 노동자 정책: 아시아권 내 비교와 정책 유사점, 차이점
한국과 유사한 경제·산업 구조를 가진 대만과 일본은
고용허가제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미등록 전환율과 관련하여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만은 일정 기간 이상 합법적으로 일한 외국인 노동자가
미등록 상태가 된 경우라도, 합법 전환의 기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 간병, 농업 등 특정 분야에서 숙련도가 입증된 경우,
재신청 절차를 통해 다시 고용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재등록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고용제도가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지만,
‘특정기능실습제도’라는 이름 아래
기술을 습득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장기 체류 및 기술 자격 취득의 기회를 부여하고,
재고용이나 비자 전환의 경로가 열려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 번 미등록자가 되면 사실상 영구적 입국 금지 조치가 이루어지며,
이로 인해 숙련된 노동력조차 시스템 밖에서 소모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점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제도의 목적은 통제가 아닌 공존을 위한 설계여야 한다
한국의 고용허가제가 높은 미등록 전환율을 기록하는 이유는
단순히 관리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제도의 구조적 설계와 운영 철학에서 기인하는 문제입니다.
즉, 외국인 노동자를 ‘일시적 자원’으로만 간주하고
고용 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귀국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접근이 현실과 어긋나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독일, 일본, 대만과 같은 국가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숙련도, 기여도, 지역사회 정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등록 전환을 예방하는 동시에, 제도 밖으로 밀려난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재포용할 수 있는 유연한 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제는 ‘관리’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외국인 노동자와 공존 가능한 사회를 설계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 체류 가능성, 재입국 유연화,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미등록자에 대한 합법 전환 프로그램 등은
미등록 전환율을 실질적으로 줄이면서도,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전환율은 수치 아닌 정책의 품질 기준
고용허가제는 한국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중심축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제도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는 한국이 어떤 부분에서 더 나은 접근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에서 제도적 경직성으로 인해 노동자의 삶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미등록 전환율이 단순한 수치가 아닌
정책의 품질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며,
그 수치를 낮추기 위한 유연하고 포용적인 제도 개혁이
앞으로의 한국 이주노동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주노동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주 정책의 한계와 대안 모색 (0) | 2025.07.12 |
---|---|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자진출국’ 유도 정책의 실효성과 허점 (0) | 2025.07.12 |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와 미등록자의 산업별 분포 분석 (0) | 2025.07.09 |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20년: 제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 (0) | 2025.07.09 |
고용허가제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재진입 기회가 필요한 이유 (0) | 202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