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대만의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허가제와 한국의 고용허가제 비교: 구조적 차이와 장단점

fano 2025. 7. 13. 16:27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제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권에서 고용허가제를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나라가 바로 한국과 대만입니다.
이 두 나라는 비슷한 시기에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으며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을 국가 제도로 공식화하였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인력의 의존도 역시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의 고용허가제는 구조적으로 여러 중요한 차이점을 갖고 있으며,
그 차이는 단순히 행정 운영의 형태만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 제도의 유연성, 노동자 권리 보호 수준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 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일은
보다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이주노동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대만과 한국의 고용허가제가 어떻게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차이가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환경과 고용 구조,
그리고 미등록 전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비교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대만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비교

 

외국인 노동자 제도 도입 주체의 차이: 한국은 정부 주도, 대만은 민간·공공 혼합형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2004년 정식으로 도입되었으며,
그 핵심은 고용주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즉,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송출부터 입국, 배치까지 모든 절차를 중앙집중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송출국 정부와의 국가 간 협약을 통해 공식적인 인력 선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의 고용제도는 1992년부터 시행되었으며,
기본적으로 민간 송출업체와 고용주 간의 계약 체결 방식에 가깝습니다.
즉, 외국인 노동자는 본국의 인력 송출업체(중개인)를 통해 대만의 고용주와 연결되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허가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만,
고용 성사와 이직 관리 등은 민간 주체의 자율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과 체류를 철저히 정부가 관리하면서
비공식적 착취 구조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절차가 경직되고 유연성이 부족한 단점이 존재합니다.
반면 대만은 비교적 유연하고 현장 중심적인 고용 구조를 운영하지만,
중개인인의 영향력과 중개 비용 부담, 불투명한 고용 계약 문제 등 단점도 존재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의 유연성: 한국은 제한, 대만은 허용 중심

 

한국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부분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노동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의적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허용되는 경우에도 고용노동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쉽게 이직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계약 종료나 비자 만료로 인해 미등록 상태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만은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물론 일정 요건은 존재하지만,
고용주의 부당행위, 사업장 폐업, 노동자의 건강 악화 등 다양한 사유에 대해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이직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만 노동부는 이를 지원하는 직업소개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동자는 새로운 고용처를 스스로 찾거나, 정부의 매칭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연결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간 존엄성 보호에 유리하며,
장기적으로는 고용주에게도 책임 있는 고용 문화를 조성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한국은 제도의 통제성은 높지만,
그에 따른 노동자 권리 침해와 미등록 전환율 증가라는 구조적 위험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 및 귀국 정책의 유연성: 한국은 고정적, 대만은 순환적·선택적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최대 체류 기간을 4년 10개월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귀국해야 합니다.
재입국은 동일 고용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구조는 ‘일시적 노동력’ 중심이며,
장기 정착이나 이주민으로서의 통합은 고려되지 않은 체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은 순환적 노동력 정책과 선택적 체류 기간 연장 구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기본 체류 기간은 3년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노동자의 성실 근무 여부, 고용주의 요청, 현장 수요에 따라 2회 이상 갱신이 가능하며,
최장 12년 이상 체류하는 노동자도 존재합니다.
특히 간병인, 산업 숙련공 등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이민 정착 프로그램(이주 전환 제도)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가족 동반 및 국적 취득의 길도 제도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이처럼 대만은 노동자를 순환 가능성은 열어두고,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중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통합 정책과의 연계라는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체류 기간 이후 귀국을 원칙으로 하되,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설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는 제도 밖에서 미등록 상태로 남는 것을 선택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생계 기반을 잃는 구조에 내몰리게 됩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투명성과 중개인 문제: 한국은 억제 중심, 대만은 통제 실패

 

한국은 고용허가제 도입 이전까지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중개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과도한 중개 수수료, 인권 침해, 취업 사기 등이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는 국가 간 정부 협약을 통한 직접 고용 방식을 채택하며,
중개인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고용 관련 과정에서의 비용 투명성, 절차의 공정성이 상당히 향상되었고,
국민들의 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습니다.

반면, 대만은 여전히 중개인을 통한 고용이 일반적이며,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 이전부터 수천 달러의 송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중개인은 고용주와 결탁해 노동자의 임금을 일부 가로채거나,
허위 정보로 노동자를 속이는 등 비공식 착취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물론 대만 정부도 최근 몇 년 사이 중개인 규제 강화에 나섰으며,
공공 매칭 시스템 도입을 통해 중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구조는 아직도 민간 중개 중심이기 때문에 제도적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한국은 중개인 통제에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도 접근성이 낮아지고,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노동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역설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대만은 중개인 개입으로 인해 비용과 불투명성 문제가 있지만
고용 유연성과 노동자 중심성은 다소 앞선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만과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겉으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합법적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운영 방식, 제도 설계 철학, 사회적 접근 방식에서 상당히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통제적 구조를 통해
절차적 공정성과 공식성에서는 강점을 가지지만,
그만큼 경직성과 유연성 부족으로 인해 노동자 권리 보호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반면 대만은 민간 중심의 개방적 고용 구조로 인해
고용 유연성과 장기 체류 연계성이 높지만,
중개인인의 개입과 비용 부담이라는 제도적 투명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더 나은 고용허가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대만의 장점 즉 사업장 이동 자유, 장기 체류 전환 구조, 고용 유연성 등을 일부 수용하면서,
자국의 강점인 투명성과 공적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의 자원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이웃이자 미래의 공동체 구성원입니다.
따라서 제도는 단지 고용과 출국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함께 책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