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장의 책임과 회피 구조

fano 2025. 7. 5. 19:22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철근 위에서, 농촌의 새벽 밭에서, 혹은 도심의 음식점 주방 안에서 조용히 일하는 이들의 손길 없이는
많은 일터가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를 알고 있음에도 고용하는 업장들 역시 불법 고용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고용이 단순한 법 위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업장 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업장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구조 분석을 통해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불법 고용의 실태는 단순히 ‘외국인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현실 사이의 틈새에서 책임 없는 구조가 공고히 굳어진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고용주의 책임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 제18조는,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자는 반드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확인해야 하며,
그 자격 내에서만 노동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조항을 위반하여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고용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고용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노동자가 합법 체류자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고용주가 노동환경을 안전하게 보장하고,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법적으로 보았을 때
고용주는 단순히 ‘불법 체류자에게 일자리를 줬다’는 행위에 대한 처벌 외에도,
해당 노동자에 대해 노동법상 보호를 책임지는 주체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는 방식이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외주화’와 ‘간접 고용’을 통해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책임 회피

많은 업장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력 공급업체나 중개인을 통한 간접 고용 형태를 채택합니다.
예를 들어, 건설사나 공장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인력사무소에 일감을 주고,
실제 작업자는 누구인지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구조 안에서 고용주는 “나는 직접 고용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게 되며,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구조상 ‘계약서상 고용인과 실제 노동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은,
법의 보호망에서 미등록 노동자를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더 나아가, 일부 사업주는 일용직 형태로 고용한 뒤
근무 일수나 근무 내용을 명확히 기록하지 않고,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며 어떠한 공식 자료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이는 이후 노동자가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을 청구할 경우
“근무 사실이 없다”거나 “나는 고용한 적 없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든 공백 구조입니다.

 

미등록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리스크와 제도적 허점

이러한 고용 회피 구조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단연 노동자 본인입니다.
미등록 상태인 외국인 노동자는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되며,
노동 중 발생한 사고,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의 문제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고용주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노동자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없고,
퇴직금이나 산업재해 보상청구를 하더라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해 기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노동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출입국 관리기관에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용노동부나 출입국 사무소가 고용주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간접 고용 구조나 중간 중개인을 통해 실제 고용주가 가려지게 되면 형식적인 단속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관행처럼 불법 고용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단속이 와도 문 닫고 숨는 방식으로만 대응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책임이 명확해야 사회는 공정해진다

불법 고용의 책임이 모호하게 흐려진 사회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법을 우회한 사람들이 이익을 얻게 됩니다.
이는 단지 외국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 윤리와 법치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첫째, 실제 노동 제공자에 대한 고용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간접 고용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끊고,
‘실질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법과 판례가 정비되어야 합니다.

둘째, 미등록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신분이 보호받을 수 있는 행정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노동청 민원 제기 시 일정 기간 출입국 단속을 유예하거나,
고용주가 명백한 불법 고용을 인정받을 경우 노동자에게는 제도적 보호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업장의 불법 고용이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인허가 제한 등의 실효성 있는 행정조치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고용 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체류자격과 무관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고용 책임과 노동 권리 보장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는 문제는
단지 ‘외국인이 많아서 생긴 일’이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구조와 허술한 제도의 결과입니다.
고용주는 일의 이익은 가져가되,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은 피하려 하고,
제도는 그 회피를 막지 못한 채 그늘을 더 넓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조를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고용에 대한 책임은 명확해야 하고,
노동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외국인이라도, 체류 자격이 없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