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불법 브로커에 의존하는 미등록 이주외국인 노동자의 구직 시스템

fano 2025. 7. 4. 11:08

한국 사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고용주 변경이 허용되지 않아 체류 자격을 잃은 뒤에도,
그들은 여전히 일터에서 일하고,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오늘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체류 자격이 없는 이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고용주가 그들을 정식으로 고용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도, 고용주도 공식 시스템을 회피하고, 비공식 루트를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불법 중개인입니다.
중개인은 일자리를 알선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거액의 수수료 또는 
임금 일부를 요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개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그 위험한 구조에 기대게 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지를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불법 브로커를 의존하는 이주노동자의 구직구조

미등록 외국인 노도자와 고용주 사이에 불법 중개인이 형성되는 구조적 배경

미등록 이주노동자분들은 법적으로 고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채용 공고나 인력센터를 통한 구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농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누가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합니다.
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 중개인이 개입할 공간이 생깁니다.

중개인은 현장과 미등록 노동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중개인’ 역할을 하며,
처음에는 친절하게 접근합니다.
“공장 일 있으면 소개해 줄게”, “농장 하루 일당 15만 원짜리 있어”
이런 말을 건네며 접근한 뒤, 일당에서 수수료를 떼거나, 아예 선불로 소개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현금으로 일당을 받기 때문에 정식 급여 명세가 없으며,
고용주는 ‘직접 고용이 아니었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중개인은 양측 모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노동자의 권리와 안정성은 철저히 침해되는 구직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대상 중개인의 다중 착취 구조

 

불법 중개인을 통해 연결된 일자리는 겉보기에 단기적 생계는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착취에 노출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중개인은 일자리를 매번 연결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챙기며,
때로는 노동자의 숙소, 식사, 교통까지 관리하면서 추가 비용을 요구합니다.

“일당 12만 원이라 했는데, 중개인이 2만 원 떼고 숙소비 1만 원 빼서 결국 9만 원 받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서는 일상처럼 회자되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일부 중개인은 노동자의 여권을 보관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 놓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는 사실상 인신매매나 강제노동과도 유사한 방식이며,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미등록 노동자 대상 중개인 착취를 국제적 노동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중 착취 구조 속에서,
노동자는 돈을 벌어도 쌓이는 것이 없고,
언제든 단속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정한 삶을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의 시스템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가?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공공 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노동청, 출입국관리사무소, 복지기관, 경찰 모두 ‘불법 체류자’라는 단어 앞에서 개입을 꺼리게 됩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노동자의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고용주나 중개인보다 노동자가 먼저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등록 노동자들은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자신을 가장 먼저 단속하지 않을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 대상이 바로 불법 중개인가 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불법 중개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사회의 책임 방기가 만들어낸 구조적 착취라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종종 단속과 추방 중심의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단속이 중개인 시스템을 더 음지화하고 은밀하게 만들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단속이 강화되면 될수록, 중개인의 권력은 커지고 수수료는 높아지며, 노동자의 협상력은 더욱 낮아집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구조 시스템 

 

이제 우리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단순히 중개인을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이 시스템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노동자가 직접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 공식 경로,
예컨대 제한적 고용 허용, 임시 체류 허가,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이상 한국에 체류하며 일한 미등록 노동자에게
노동 관련 민원에 한해 임시 체류 보호를 제공하거나,
중개인 피해자에게는 제도적 보호를 통해 합법 전환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불안한 신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도권이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는 노동자입니다.
그가 어떤 비자 상태인지 이전에, 노동을 제공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보호의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중개인 시스템은 제도의 빈틈에서 피어난 결과입니다.
이제는 그 틈을 메워야 할 시간입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직접 일자리를 찾는 경로 

 

불법 중개인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제도의 틈을 이용해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을 붙잡고,
그 사람의 약점을 자산으로 삼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중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정당하게 일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 구조는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노동을 가치 있게 여기며,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진정으로 불법 중개인 없는 안전한 노동 환경이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