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수많은 현실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명부에도 없고,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지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건설 현장, 농촌 일손, 청소 업무, 식당 주방 등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불법 체류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제도의 바깥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분들이 질문합니다.
“그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법이 적용되나요?”
이 물음은 단지 법적 범위를 묻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가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그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 실제 법적 기준과 판례, 사회적 인식, 그리고 우리가 바라봐야 할 방향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동자'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미등록 외국인도 근로자로 인정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 노동법은 ‘누구든’ 일하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보호를 적용합니다.
즉,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실제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노동법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국적이나 체류 자격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그 말은, 법적으로 체류 자격이 없더라도 임금을 받고 일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불법 체류 외국인도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판결을 수차례 내려왔으며,
임금 체불, 산업재해, 부당해고와 같은 문제에서도 미등록 외국인의 권리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주가 ‘당신은 불법 체류 자니까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현실에서는 법과 거리감 있는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그렇다고 해도, 현실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분들이 실제로 그 보호를 온전히 받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나 경찰과의 접점이 생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체포되거나 강제 출국당할까 봐 정당한 권리를 주장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또한 일부 고용주들은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한 뒤,
임금 일부를 체불하거나, 법정 근로시간 이상으로 과도한 노동을 시키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노동자가 법의 보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익명 신고 시스템,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 인권보호 전담 창구 등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노동 문제 제기 = 강제 출국’이라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분리 보호 조치가 필요합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도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 적용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산업재해 보상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실제로 미등록 체류자이더라도 산업재해를 입은 경우, 의료비와 휴업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고용주의 산재 은폐 행위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절차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사고 이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사고 사실 자체를 숨기거나, 중개인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병원 방문을 막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또한 임금 체불의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지급 청구가 가능하지만,
고용주가 ‘당신은 불법 체류자니까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노동자 본인이 신분 노출을 두려워해 진행을 포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법 제도의 존재 여부보다, 그 법을 현실에서 얼마나 접근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지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보 접근성, 언어 장벽, 제도적 안내의 부재 등이 결합되면, 실제 노동법 보호는 사실상 공허한 약속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노동자’라는 단어 앞에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불법 체류자’든 아니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든
어떤 이유로 체류 상태가 변했든,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신분이 아니라, 노동 그 자체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법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 국제 인권 기준도 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불법’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시선보다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경제 곳곳에서 노동하고 있는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노동은 불법일 수 없습니다. 존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제도 속으로 초대하는 사회적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법은 분명히 적용됩니다.
그들은 법의 관점에서도,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도 ‘노동자’입니다.
문제는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얼마나 그들에게 닿아 있는가에 있습니다.
우리가 법을 집행하는 주체이든, 사회 구성원이든, 또는 콘텐츠를 통해 이 문제를 고민하는 시민이든,
이제는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더 이상 예외 없는 원칙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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