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일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비자를 가지고 있거나, 체류 자격 자체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동시에 한국에는 전쟁이나 박해를 피해 도망쳐 온 ‘난민 신청자’들도 존재합니다.
제도는 이 두 존재를 분명하게 구분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경제적 이유로 온 사람’, 다른 하나는 ‘정치적 이유로 온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미등록 노동자 중에도 귀국이 불가능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난민 신청자 중에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고된 일을 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경계선’에 선 사람들,
즉 ‘노동자’와 ‘난민’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서 난민으로, 혹은 난민에서 노동자로
처음에는 노동자였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상 난민의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국의 정세가 갑작스럽게 악화되어 정치적 탄압을 받을 위험이 생기거나, 가족이 본국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생기고, 체류 자격은 만료되어 미등록 상태가 됩니다.
반대로, 난민 신청이 거절된 분들은 체류 자격을 상실한 후, 생계를 위해 결국은 노동현장으로 나갑니다.
비록 법은 둘을 다르게 분류하지만, 삶은 결국 같은 경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도 묻습니다.
“나는 일하러 왔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입니까?”
이 질문은 단순한 분류를 넘어, 우리가 제도를 통해 정의 내리기 어려운 ‘사람의 사정’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류 밖의 사람들, 회색지대에 머무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들
한국에서 난민 인정률은 매우 낮습니다.
2024년 기준, 1만 명 중 200여 명만이 공식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불인정자’ 또는 ‘임시 체류자’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그들에게 살 수 있는 자격도, 일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미등록 노동자’가 됩니다.
다만, 단속의 대상이 되고, 사회의 그늘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서 있는 곳은 법의 보호도, 제도의 인정도 없는 ‘회색지대’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 가족에게 송금하고, 병에 걸리고, 다치고, 슬퍼하고, 일어납니다.
이런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까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의 신분보다 사람으로 우선 인정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을 문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들을 보호하거나 포용하기보다는, ‘관리’하거나 ‘단속’ 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미 한국 사회 곳곳에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이미 수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며 지역의 일원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신분’보다 ‘사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인도적 체류나 합법 노동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런 제도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과 질서를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을 이웃으로 인정
노동자와 난민, 등록과 미등록.
이런 구분은 행정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삶 속에서는 흐릿한 경계에 불과합니다.
그 경계선 위에 선 사람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단속과 추방이 아닌,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아닌,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사회,
서류보다 사정을 먼저 듣는 사람 중심의 행정,
이러한 변화들이 지금 이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지금도 경계선 위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더 이상 법의 이름 아래 숨어 살지 않고, 이웃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합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은 다른 이름 같은 처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노동 현장과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삶을 숫자로만, 서류로만 보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공존’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그런 인식의 전환을 위한 작은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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