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차이점과 사회적 인식 문제

fano 2025. 7. 2. 14:16

우리는 일상 속에서 종종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를 접하게 됩니다.
뉴스 기사 제목, 행정 지침,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에서 무심코 사용되는 이 표현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법적 용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삶, 노동, 가족, 그리고 존엄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있었다.

오늘도 한국의 도시와 농촌, 건설현장과 식당 주방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중 일부는 '불법체류자'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 중 대부분은 처음부터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입국했고, 정해진 기간 동안 성실히 일했으며, 다만 제도와 현실의 간극 속에서 미등록 상태로 전락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불법체류자’라는 말이 지닌 함의,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 두 용어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외국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사회적 인식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불법체류자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표현방법

 

'불법체류자'라는 단어가 만든 심리적 벽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는 매우 강한 표현입니다.
단지 행정상의 체류 기간이 끝났을 뿐인데, 그 사람은 갑자기 ‘불법’이라는 단어와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 속에 갇히게 됩니다.
마치 그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사회의 규범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이들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한국 경제의 낮은 곳을 지탱하고 있는  일꾼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불법’이라는 단어는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멀어지게 만듭니다.
단속과 추방이라는 단어가 함께 따라붙고, 그들을 돕는 일조차 꺼리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 결과로, 외국인 노동자는 점점 더 사회의 그림자 속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림자에 머무는 사람은 보호받기 어렵고,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워집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이 필요한 이유

 

‘불법’이라는 단어를 걷어내고 ‘미등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은 그 사람의 상황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의 결과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입국하셨고, 일정 기간 동안은 아무런 문제 없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장이 갑자기 문을 닫거나, 중개인의 착취로 인해 비자 연장에 실패하는 등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미등록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무조건적인 단속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문제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보다는 현실적인 생존 구조를 인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미등록 노동자에게는 합법 전환의 기회를 주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용어를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집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정책의 방향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낙인이 만들어내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신과 단절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은 사회 전반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만듭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마치 범죄자나 불순한 존재로 여겨지게 되고,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나 종교기관조차 ‘편향된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점점 더 말없이 사라져 갑니다.
병원 진료도 꺼리고, 경찰서 방문은 아예 불가능하며,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지 못합니다.
결국, 법의 보호를 가장 절실히 받아야 할 이들이 가장 법에서 멀어진 존재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제도의 빈틈으로 인해 미등록자가 증가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된 외국인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구조로 변해갑니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결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 표현을 바뀌면 시선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불법체류자(illegal immigrant)’라는 표현의 사용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대신 ‘미등록 체류자(undocumented migrant)’라는 표현을 통해 사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도 이제는 ‘불법’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한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묻고,
그 물음에 제도로서, 시선으로서, 공동체로서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미등록'이라는 표현은 그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다음은, 제도의 틀 안으로 이들을 초대할 수 있는 사회적 결단과 시민적 성숙일 것입니다.

 

‘불법체류자’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언어 하나 차이지만,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시선과 태도는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단속의 대상으로, 어떤 이는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그들을 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한 사람의 삶을 지우거나 지켜주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이제는 제도도, 정책도, 시민의 시선도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용어를 바꾸는 작은 움직임 하나가
더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